미국의 6월 고용지표 훈풍이 양적 완화 축소 시점을 앞당길까. 고용지표가 발표된 5일(현지시각) 금융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뉴욕 증시는 지표 호조 소식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지만,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급등했다(국채 가치 하락). 경제 전문가들은 9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 축소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하지만 이날 고용지표가 ‘질적 측면’에선 크게 개선된 게 아니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 고용지표 깜짝 개선…상반기 고용 월평균 20만명 이상 늘어
이날 미국 노동부는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19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5만5000명, 16만5000명 증가를 예상했던 마켓워치, 블룸버그, 로이터 등의 경제 전문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과 5월 고용자 수도 각각 19만9000명, 19만5000명씩으로 상향 조정됐다. 앞서 발표했던 14만9000명, 17만5000명에서 총 7만명 늘어난 셈이다. 그 덕분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월평균 고용자 수는 20만2000명을 기록했다.
미국 국민 중 구직자와 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달 63.4%에서 63.5%로 상승했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본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다만 구직자 수가 늘어난 탓에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7.6%를 유지했다.
◆ 9월 양적 완화 축소설 우세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FRB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 축소를 선언할 거란 관측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경제가 FRB의 자금 지원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이 9월 FOMC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축소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7월과 8월 고용지표가 다소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더라도 9월쯤 시작될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될 거란 전망에 국채 가치는 급락했다(금리 상승).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2.718%까지 올랐다. 하루 만에 22베이시스포인트(0.22%포인트) 오른 것으로, 2011년 8월 이래 하루 상승폭으론 가장 컸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올해 연말 10년물 국채 금리 예상치를 종전 제시했던 2.4%에서 3%로 조정했다.
현재 미국 FRB는 매달 850억달러를 풀어 국채와 모기지채권(MBS)을 사들여 국채 가격과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 규모가 줄면 채권 시장이 요동칠 거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최근 미국의 지표 호조와 양적 완화 축소 우려에 30년 모기지채권 금리가 4월 3.45%에서 6월 4%대로 상승했다. 시장정보업체 S&P캐피탈IQ는 미국 투자 부적격등급(정크)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4월 5.79%에서 6월 7.72%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톰 갈로마 이디앤드에프먼 캐피털의 채권부문 대표는 “지금까지 채권 시장에 거품이 형성돼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 양적 완화 축소에 美 경제 잘 버틸까 의견 분분
하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양적 완화 축소를 버텨내기엔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고용지표와 실제 경제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 사이엔 차이가 크다”며 “거시경제 자문기구들은 올해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1.3%(연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썼다. 1분기 기록한 1.8%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고용지표가 좋긴 했지만 ‘매우 좋지는 않았다(not too strong)’”면서 일자리의 질 문제를 지적했다. 보수가 낮고 근로 환경이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람을 반영하면, 실업률이 전달 13.8%에서 6월 14.3%로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성장의 이면엔 더 복잡한 요소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증가가 저임금 직종인 소매업종과 레저 부문, 접객 부문에서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은 제조업 부문의 고용자 수는 전달보다 6000명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학사학위 이상을 소지한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3.9%를 기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안 캘러버그 사회학 교수는 NYT에 “진짜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