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힘겨루기 본격화]
수도권 단체장, 野 만나 "보육비 정부부담 확대법안 처리를"
정부 취득세 인하추진에 지자체 "稅收 감소분 보전해달라"
지방소비세·교부세 지원 8조6000억원 증액 요구도
정부 "선거 다가오자 재정난 책임 회피하려는 정치공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각종 복지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돈 전쟁'에 들어갔다. 지자체들은 "대선 공약인 만큼 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지자체도 분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자체가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각종 복지·부동산 정책 비용 등 예산 청구서는 14조원에 이른다. 정부 예산(올해 342조원)의 4%가 넘는 막대한 돈을 놓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이다.
◇수도권 단체장 "무상 보육비 정부가 부담해라"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은 2일 국회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무상 보육 실시 비용을 정부가 더 부담토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육비와 양육수당 등에 대한 정부의 부담 비율을 서울은 20%에서 40%로, 지방은 50%에서 70%로 각각 20%포인트씩 높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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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원내대표 만난 수도권 단체장들 - 김문수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송영길 인천시장(왼쪽부터)이 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지방 재정 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세 단체장이 전 원내대표에게 무상 보육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며 자신들의 합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지난 19일에도 공동 기자회견을 했던 세 사람은 이날 이를 촉구하는 합의문을 전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여야의 유력 시도지사들이 뭉쳐서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위력 시위를 한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 지사는 "국가 재정도 어렵지만 지방 재정은 파탄 상태이므로 초당적 차원에서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전 원내대표는 "무상 보육을 둘러싼 재정 문제를 지방정부에 폭탄 돌리기 식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며 영유아보육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매년 최대 1조40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육료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부담분을 중앙정부가 더 떠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보육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고 정부에만 손을 벌리고 있다는 불만도 크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원안대로 처리될지는 확실치 않다.
◇기초연금·취득세 부담 놓고도 공방지자체들은 내년부터 실시되는 기초연금과 최근 논의 중인 취득세율 인하도 "정부가 부담을 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달 중단된 '취득세 감면' 후속 조치로 취득세율을 4%에서 1~3%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방 세수는 연간 2조9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취득세를 내린다면 세수 감소분은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4만~20만원씩을 주는 기초연금이 시행되면 지자체들은 매년 지금보다 최대 1조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무상 보육비도 감당하기 힘든 판에 기초연금까지 부담하긴 힘들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지자체 부담 비율(25%)을 대체로 유지하자는 생각이다.
◇"지방 세수도 8조여원 늘려달라"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지방 소비세율 인상 문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방 재정 건전화를 위해 현재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율을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방정부는 연 5조7000억원 세수(稅收)가 늘어나지만 중앙정부 수입은 그만큼 줄어든다. 안전행정부는 지방 소비세율을 일단 1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시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중앙정부의 국세 수입 중 일정 부분을 지자체에 넘겨주는 지방교부세에 대해서도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내국세의 19.24%가 지방교부세로 할당되고 있는데, 지자체들은 내국세의 21%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지방교부세는 현재 31조5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는 지방소비세와 지방교부금을 늘려주면 정부 세수가 8조6000억원 줄게 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김홍환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국회가 대선·총선 때 지자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지방정부에 부담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단체장들이 재정난 책임을 회피하려고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