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로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천양지판으로 달랐다. 30세 미만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했고(18~19세 35.7%, 20~29세 30.1%), 30세부터 49세까지 소위 장년층은 ‘화목한 가족관계’를 꼽았다(30~39세 33.8%, 40~49세 36.1%). 반면 50세 이후가 생각하는 최고 행복의 조건은 ‘건강’이다(50~59세 30.6%, 60~69세 42.9%).
설문조사에서 의외로 ‘재산’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화목한 가족관계(29.9%), 긍정적인 마음가짐(22.5%), 건강(20.8%)에 이어 4위다(15%). 그러나 현재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재산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은 경우는 4.4%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불행하다고 답한 사람의 무려 33.2%가 재산이 행복의 조건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현재 행복한 사람들은 재산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재산이 없어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현재의 고된 나날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는 명제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어김없는 참’으로 밝혀졌다.
유년기 행복도와 현재 행복도의 상관관계는 0.4로 다른 요인보다 가장 높았다. 현재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 중 무려 51.2%가 유년기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10점 만점 중 8점, 9점, 10점을 줬다. 현재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 중 유년기에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1~3점) 비중은 5.8%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 중 유년기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1~3점) 비중은 43.8%나 됐다. 거꾸로 현재는 행복하지 않지만 유년기에는 행복했다고 답한 사람 비중은 13.7%에 불과하다.
청소년기 건강·경제보다 외모 중요
물론 ‘유년기가 행복해야 무조건 성인이 돼서도 행복하고 유년기가 불행하면 성인이 돼서도 불행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 행복하면 과거도 행복했던 것처럼 생각할 확률이 높다. 일종의 ‘과거 왜곡’이다. 유년기가 행복했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행복한 것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유년기도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어 100% 상관관계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외모지상주의 시대가 되면서 외모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됐다.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 중 자신의 외모에 자신 있는 편이라 답한 사람(10점 만점 중 8~10점)은 44.5%에 달한다. 외모에 자신 없다고 답한 사람(10점 만점 중 1~3점)은 4.4%밖에 안 된다.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경우는 거꾸로다.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 중 외모에 자신 있다고 한 사람은 9.3%, 반대로 외모에 자신 없다고 한 사람은 40.7%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청소년기에 외모가 행복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경제와 건강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또 “중년기에도 외모가 행복의 조건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이때의 외모는 잘생기고 예쁜 것보다는 ‘노화’의 반대인 ‘젊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에 외모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