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자체들이 0~2세 영아를 둔 가정에 지원하는 무상보육비 예산이 바닥났다고 두 손을 들자 올해 모자라는 지자체 지원금 6200억원을 정부 예비비로 메워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예비비 지원은 곤란하다면서 내년부터는 0~2세 경우 고소득층엔 아예 보육비를 지원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기재부 차관은 "재벌 손자까지 보육비를 지원하는 게 공정 사회에 맞느냐"고도 했다.
올 1월부터 0~2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가정에 월 28만~39만원의 보육비를 줘왔다. 예산이 없다고 이걸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는 모든 가정에 주다가 내년부터 고소득층엔 지원을 끊겠다고 하는 것도 그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지자체들과 협의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기재부 입장도 이해할 만은 하다. 올해 예비비 2조4000억원 중 4분의 1을 보육비 지원에 써버리면 대형 태풍이나 구제역 같은 재난이 터질 경우 난감해질 수 있다. 이게 선례가 되면 정치권이 앞으로 복지 선심(善心)을 터뜨린 후 예비비 내놓으라고 떼쓰는 게 관행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내년부터는 3~4세 경우도 현재 '소득 하위 70%'에 국한된 보육비 지원이 전 계층으로 확대된다. 여야 모두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에 지급하는 양육(養育)수당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해왔다. 현재는 0~2세 아이를 둔 소득 하위 15%까지 가정에만 월 10만~20만원씩 주고 있지만 내년부터 만 5세 이하 전 가정에 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육비 예산은 올해 2000억에서 2조원으로 늘어난다.
보육비·유아교육 예산은 2005년 1조9600억원에서 올해 8조1900억원으로 7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보육비·양육수당 지원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면 내년엔 3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해진다. 늘려가더라도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0~2세 아이는 집에서 부모가 스킨십을 하면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들도 육아휴직·출산휴가 같은 혜택이 북유럽 수준으로 보장되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고 집에서 키우려 할 것이다. 보육비, 양육비 지원을 늘려가는 문제는 정치권에서 표(票) 욕심에 즉흥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요(需要) 예측을 토대로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회가 작년 말 덜컥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결정하는 바람에 지자체가 몇 달도 못 가 예산 부족으로 허덕대게 만든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