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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문제는 單答型이 아니다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7.30 00:00 👁 143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형성은 사회세력 간 '대타협'서 출발
복지가 政爭 대상된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흘러 결국 실패
우리도 '좋은 복지' 위한 서술형 정답 함께 찾아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면면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각 진영의 표 계산이 빨라지는 만큼 복지에 관한 화려한 공약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정치의 중심 의제로 부상한 복지가 경제 민주화라는 거시 담론과 얽히면서 유례없는 바람을 타고 있다. 바야흐로 '압축성장'을 빼닮은 '압축복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복지 후진국의 오명(汚名)을 이제야 벗는가 싶어 마음이 설레는 한편, 서구 선진국이 경험한 복지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하면 우려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현대 복지국가의 탄생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뼈아픈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복지(welfare)'란 용어가 '전쟁(warfare)'의 반대말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 두 차례 세계대전의 잔혹함을 넘어서고자 했던 살아남은 자들의 몸부림이 눈에 선하다. 전쟁만이 아니었다. 자본주의의 도래 이후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나치즘이나 대공황과 같은 거대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인재(人災)'라는 사실에 좌절한 이후 서구사회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복지국가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경제성장과 분배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 노동과 자본을 필두로 한 사회세력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체제 전환이라는 장기 전략의 조정에서 정당정치가 무기력한 경우도 드러났다. 단기적인 선거 전략을 위주로 운영되는 정당의 경우 장기적인 고민을 담아내는 것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했다. 복지정치에 관한 성공과 실패의 역사적 경험들은 여기서부터 극적으로 갈리게 된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성공한 나라들은 '사회적 대타협'에서 출발했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본주의 운용시스템 자체를 바꿔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큰 방향에 관한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지국가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이 창출한 이익 중 얼마를 걷어서 어떻게 나눠야 공정한지에 관한 조세정책부터 손봐야 한다. 임금과 복지를 어느 수준에서 정하고 일자리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고용정책도 성장에 관한 산업정책과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난마같이 얽힌 과제를 한두 차례의 선거공약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각성 끝에 사회적 대타협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성공한 복지국가들의 형성기와 전환기에 문제해결의 단초가 대타협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양차 대전 시기 스웨덴의 살트셰바덴협약이나 198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은 대표적 성공 사례들이다. 이러한 협약을 통해 실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다. 노동자들이 임금투쟁 대신 복지라는 '사회적 임금'을 수용하면서 자본가들은 투자와 일자리를 약속했다. 전 국민이 복지 부담을 공유하는 대신 노동운동도 소외된 약자그룹을 우선적으로 감싸 안기로 했다.

이와는 반대로 큰 틀에서의 사회적 타협 없이 복지 확대를 추구한 나라들에서는 복지가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복지가 정쟁이 되면서 대중영합주의와 결합하였고, 지출 수준의 단기적 확대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체제전환 과정에서의 선결 과제는 무시한 채 앞서 간 복지국가를 외형적으로 추격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남유럽 국가들의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선거에서의 단기적 득표 전략이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을 대체하면서 모두가 복지를 원하면서 아무도 부담을 원하지 않는 복지정치의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자본가들은 조세 부담보다는 국채 발행 방식을 선호함으로써 장기적인 재정위기를 공모(共謀)하였고, 노동운동도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은 채 남성 정규직에 유리한 현금성 사회보험의 확대에만 군침을 흘렸다.

복지정치의 물꼬가 터진 한국 상황을 보면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에 관한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대기업은 경쟁적 성장주의의 축음기만 돌리다가 경제 민주화의 채찍을 맞는 중이며, 노동조합은 여성이나 비정규직 등을 감싸 안지 못한 채 10%에도 못 미치는 조직률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한국의 금 모으기가 회자될 만큼 공동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이기도 하다. 성장과 복지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시키기 위해 약자부터 챙기고 세금도 더 내겠다는 것이 사회조사에서 확인되는 한국인들의 합리적 인식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에 관한 정답은 사지선다형이나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의 대타협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무작정 복지 확대의 정파적 논쟁을 종결하고 좋은 복지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을 향해 대선주자들이 리더쉽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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