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가 그제 새 정부의 저출산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저출산 문제를 국정의 3대 우선과제로 정하고 인구 5000만 명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저출산 쇼크는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데 어떤 과제보다도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정부 위원으로 각 부처 장관이 들어가고 민간 위원은 새로 충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저출산과 인구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최우선 국정 어젠다로 삼겠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접근방식이어서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아이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보육 지원을 약속했지만 저출산에 특화한 게 아니었다. 총 384쪽 분량의 공약집에서 저출산 부문은 3쪽에 불과했다. 일자리·주거복지 등 관련 분야에 흩어져 들어 있다고는 하지만 집중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새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지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이날 국정기획위의 발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상황 인식도 비교적 정확하다. 올해 신생아가 35만 명 안팎(지난해 40만6000명)으로 떨어질 것이고 향후 5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출산율 올리기와 함께 5000만 명이라는 적정 인구 목표치를 설정하고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와 깜짝 놀랄 정도의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도 과거 정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인구정책은 정권을 떠나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가 저출산 및 고령화대책을 주창한 이래 이후 정부에선 구호만 요란했지 실질적인 정책이 제대로 계승되지 않았다. 오히려 100조원의 돈을 쓰고도 출산율과 신생아 출생 수가 뒷걸음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총리실 소속으로 격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 번 주재했을 뿐이다. 100조원을 써도 국가지도자의 의지가 없으면 정책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앞선 정부가 남긴 교훈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정부의 대책을 소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최선봉에 설 것을 제안한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조속히 위원회를 소집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서는 한편 국민에게도 그 심각성과 중요성을 직접 호소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엔 일본의 ‘1억 총활약상’ 같은 인구 전담 장관도, 일본 총리실 산하 자녀육아본부 같은 컨트롤타워도 빠져 있다. 저출산 문제를 국정의 우선과제로 올려놓으면서 관련 조직 개편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저출산대책에는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관련돼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14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대통령이 6개월마다 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추진실적을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선 실적이 좋지 않은 부처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고강도 처방을 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2016~2020년)에 따라 저출산에 79개, 고령화에 98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방대한 업무과제를 복지부의 2개 과에만 맡겨 두는 건 어불성설이며 가능하지도 않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공약한 대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밑에 인구전략본부(차관급 기구)를 만들어 사무국 역할을 맡기는 등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아동수당, 오전 10시~오후 4시 근무제 등 파격적인 공약을 했다. 이런 공약을 반드시 시행하는 것은 물론 가급적이면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게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기왕에 나와 있는 3차 저출산대책과 공약을 잘 엮기만 해도 최고의 대책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부담하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