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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옛적에"…이야기할머니 2천400여명 활동중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6.05.11 10:52 👁 56
연합뉴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아교육기관 돌며 이야기 들려주기, 현대판 '무릎 교육'

'보람과 품격' 여가생활로 인기…"아이들 변하는 모습에 보람"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이야기 할머니를 아시나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공동으로 벌이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에 갈수록 관심을 커지고 있다.

이야기 할머니가 될 자격(만56∼70살)을 갖춘 나이 든 여성들의 지원이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이 활동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인기가 많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손자를 무릎에 앉혀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통하던 조상들의 '무릎 교육' 전통을 현대에 맞게 되살린 것이다.

일정한 교육을 마친 할머니가 직접 유치원, 어린이집 등 유아 교육기관을 찾아 어린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성 함양은 물론 전통문화 전승과 소통을 꾀한다.

2009년 대구·경북을 시범지역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2011년 전국으로 퍼졌다.

사업 초기 수백 명에 그친 이야기 할머니는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올해에는 이야기 할머니 2천406명이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6천629곳에서 어린이 42만여명을 만난다.

◇ '이 맛에…' 보람으로 가득

경북 구미에 사는 권계분(64)씨는 지난해 제7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교육을 수료했다. 올해부터 구미 도량동에 있는 한 유치원을 1주일에 한 번씩 찾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성 함양에 도움 될 만한 전래동화에서 선현들의 이야기 등 내용은 다양하다.

처음에 이야기 할머니에게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권씨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달 한복을 입고 유치원을 찾았을 때 신기하게 쳐다보던 초롱초롱한 어린이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어린이들이 씩씩하고 용기 있게 자라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7기 이야기 할머니 교육을 수료한 전남 순천시 김향숙(59)씨는 '젊은' 할머니이다. 순천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한다.

어린이들은 그가 유치원을 찾을 때마다 "야, 이야기 할머니다"를 외치며 달려와 품에 안긴다.

옷이 바뀔 때마다 "예쁘다"를 연발한다. "할머니는 왜 주름이 없어요?"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도 한다.

그는 지난 시간에 들려준 이야기에 대한 물음에 척척 대답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이야기만 잘해서는 될 수 없어요'

이야기 할머니는 단순하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소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제8기 이야기 할머니 선발에는 350명 모집에 2천68명이 지원해 평균 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5.7대 1)보다 다소 높다.

지원하면 일단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예비 이야기 할머니'로 뽑힌다.

그렇다고 바로 이야기 할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 처지에서는 길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도 단순하지 않다. 예비 이야기 할머니는 경북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박 3일 과정의 신규 교육을 받는다.

6개월 동안 달마다 1차례 거주지 권역별로 하는 월례교육도 받아야 한다. 월례교육은 70시간이 넘는다. 옛날이야기는 물론 최근 나온 동화까지 수많은 이야기도 외워야 한다.

두 교육을 마쳐야 이듬해부터 거주지역 근처 유아 교육기관 1∼3곳을 배정받아 활동한다.

올해 교육을 마치면 내년부터 활동이 가능한 다소 긴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더라도 보수는 없다. 유아 교육기관을 1차례 찾을 때 교통비나 식사비 명목으로 3만5천원 정도 받는 것이 전부다.

◇ 대도시 할머니에게 '인기 짱'

이야기 할머니는 대도시 여성에게 더 많은 인기를 끈다.

올해 모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서울이다. 12명 모집에 546명이 지원해 45.5대 1을 보였다.

이야기 할머니 수료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에서는 12명 모집에 229명이 응시해 19.1대 1을 기록했다. 대전과 인천도 17.6대 1과 15대 1로 나타났다.

그러나 충남은 1.2대 1, 강원 1.7대 1, 전남 2.6대 1, 충북 3대 1 등으로 대도시보다 경쟁률이 낮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교통이 발달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쉽고, 농촌 여성보다 여가가 많은 점 등을 대도시 경쟁률이 높은 이유로 분석했다.

◇ 왜 인기를 끄나

이런 만만치 않은 선발·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고 보수도 거의 없는데 이야기 할머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한국국학진흥원은 무엇보다 나이 지긋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자녀 출가 등으로 가사 부담이 덜한 여성이 경제 활동보다는 '보람과 품격'이 결합한 노후활동으로 '이야기 할머니'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도시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야기 할머니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을 때 어린이에게 좀 더 푸근하게 다가가려고 자비로 한복을 여러 벌 장만하기도 한다.

이런 열정은 다른 할머니에게 번져 이야기 할머니가 인기를 끄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은 유아 교육기관에 가서 어린이들과 이야기로 소통하는 것을 빼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얼마 안 되는 수고비나 받고 허드렛일 하러 다니는 할머니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경제적인 이익 측면보다는 할머니들이 자기 삶에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를 제공하는 기회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이야기 할머니가 된 뒤 삶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93.9%)이 보람을 찾거나 자기관리, 자기 계발, 건강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대답했다.

이 때문에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노령인구와 관련한 정책 가운데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단장은 "논어 위정(爲政)편에 단순한 봉양은 짐승을 기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 있는 만큼 효는 부모가 삶의 보람과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며 어르신들이 삶의 보람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사업이 우리 시대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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