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통령이 공약해놓고 예산 안 줘”
ㆍ서울시의회, 2521억원 전액 삭감ㆍ내년 어린이집·유치원 지원 중단내년 서울 시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한 반발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보육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돼 대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는 22일 서울시교육청이 편성한 2016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원 전액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서울 유치원의 보육료 지원이 매달 17~18일쯤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그 안에 정부 조치나 추경 예산이 편성되지 못할 경우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시의회는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유치원 예산 삭감안을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유치원만 편성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공약을 해놓고 국가 예산 400조원 중 2조원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으로 잡아뒀던 2521억원은 시의회 교육위원회를 거쳐 내부 유보금 항목으로 편성됐으나 세출 항목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 돈을 누리과정으로 집행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시교육비특별회계를 심사하면서 예산총칙을 수정해 경비 부족 시 상호사용이 가능한 예산목록에서 누리과정 사업비를 삭제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인건비·재해대책비·학교신설비 등 비용이 부족할 때 항목과 관계없이 추경을 거치지 않고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항목에 누리과정을 넣었던 것을 아예 뺀 것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 배정하려면 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날 시의회 결정에 대해 시교육청은 유감을 표시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시의회에 출석해 “서울교육청은 행정책임기관으로서 유치원 예산 유보에 대해 찬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서울교육청은 의회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유치원 예산은 지방자치법상 법령에 의해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비 성격을 띠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항의와 편성 요구가 충분히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이번 예산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삭감이 확정된 서울뿐 아니라 광주·경기·전남도 어린이집·유치원 전체 예산 삭감이 예고돼 있어 내년 1월 중순 전국적인 보육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전북·강원 지역도 유치원 예산은 편성하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