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산관리 개념 없이 방만한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캠코는 6년 전 중국 다롄(大連) 지방의 부실채권(NPL) 매입에 투자한 167억원을 지난달 대부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무계획적인 예산 집행, 삐걱대는 내부통제 사례들이 내부 감사 결과 속출했다.
16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캠코의 ‘국내외 투자사업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 등에 따르면 캠코 감사실은 부실채권 회수 차질, 예산낭비 사례 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캠코는 부실채권을 되팔아 수익을 내는 공공기관이다.
캠코는 2007년 10월 홍콩에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하고 중국 동방자산관리공사 다롄분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557억원어치를 농협 등 다른 금융회사들과 함께 매입했었다. 당시 후순위채로 167억원을 투자한 캠코는 2010년 12월까지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채권 회수는 애초 계획보다 2년6개월 지연된 지난달 종결됐다. 160억원대 부실채권이 종잇조각으로 변한 이후였다. 회수기간이 지연되면서 인건비와 자문료 등 관리비용이 늘었고, 심지어 담보물이 사라진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캠코 감사실은 “원금이 90% 이상 손실됐다”며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캠코 감사실은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포럼(IPAF) 등 일회성 행사에는 수억원의 과도한 비용을 집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캠코의 잇단 내부 감사에 대해 캠코 임직원들은 반감이 심한 상태다. 한 임원은 “감사가 장영철 사장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무작정 투자’…해외사업 장·단기 회수 계획 전무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투자사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캠코선박운용㈜이 기업구조조정기금으로 매입·관리하던 선박 33척은 해운사들이 재매입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 광저우 채권중개사업 등 각종 해외 투자사업은 장·단기 회수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국민행복기금 사업에 참여할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입찰 방식이 갑자기 변경되는 등 석연찮은 모습도 나타났다.
◇국내외 투자사업 차질=캠코가 운용하는 기업구조조정기금 채권 1조2600억원 중 82.5%(1조400억원)는 내년 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이 채권은 대부분 캠코선박운용㈜이 구조조정기금으로 매입해 용선 등 방식으로 관리하던 선박 33척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는 이들 선박을 해운사들에 되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해운사를 통한 선박 매각 대금은 구조조정기금 상환 재원의 약 46%(4783억원)를 충당하기로 계획된 상태다.
하지만 캠코 감사실은 “선박운용회사의 직원 퇴사 등 인력관리를 포함한 관리방안 검토가 전무하다”고 폭로했다. 선박 매각 업무가 집중될 내년 하반기에 선박 투자대금·출자금 등 기금 회수가 인력 관리의 허술함 등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해운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자금줄이 막힌 해운사들이 내년 말까지 선박을 재매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일이다. 캠코 감사실은 “감사일 현재까지 캠코선박운용㈜이 예산집행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예산절감·집행실적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인 캠코의 해외 사업도 문제다. 캠코의 해외 투자사업은 중국 다롄뿐 아니라 광저우에서도 불합격점을 받았다. 캠코는 2008년 3월부터 광저우 투자중개자산을 수탁, 올해 말까지 회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 캠코는 32개 주요 차주 가운데 50%인 16개 차주에 대해 압류 불가능·담보물건 서류 미비·무담보 등의 각종 사유로 구체적 회수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행복기금 관련 업체선정도 잡음=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기금 관련 업무처리 과정에서도 캠코의 내부통제는 잡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18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국민행복기금 무담보채권 서류 인수·실사 및 전자문서화 용역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캠코는 국민행복기금 채무관련 서류를 전산 관리할 업체를 고르는 과정에서 입찰 방식을 갑자기 바꿔버렸다. 특정 업체를 의도적으로 ‘밀어 준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이다.
캠코는 지난 6월 이 용역기관을 선정할 때 기존 2단계 경쟁입찰(1단계 기술입찰, 2단계 가격입찰)을 갑자기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으로 변경했다. 가격평가 중심의 입찰을 기술성 평가 위주의 협상으로 바꾸면서 채권서류 인수·실사 실적, 공공기관 서류 이미지 전자문서화 및 무담보 채권 관리·추심업무 등 제한조건은 사라졌다. 당시 캠코에서는 상이한 입찰 방식에 기반한 결재 보고서가 상신되고 있었다.
이러한 잡음은 용역기관 선정을 담당한 실무진이 업무 경험상 부작용을 고려, 입찰방식을 도중에 바꿨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에 응한 한 업체의 민원이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업체를 낙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캠코 감사실은 “신속한 일처리를 위해 발생한 실무진의 단순 오류였다”면서도 “입찰 방식을 변경하려면 외부로부터 오해가 없도록 변경에 따른 구체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