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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확대 불가능… 세입구조 바꾸자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02.25 23:07 👁 135

한국 조세제도의 취약점
징수 편한 간접세 비중 커 소득재분배 기능 매우 미흡 경제민주화 향한 욕구 커져
지속가능한 복지 하려면
국민부담율 높여나가면서 성장잠재력 훼손 경계해야 지하경제 줄이기는 필수

권영선 노무라증권(홍콩) 수석이코노미스트
조세수입이 든든해야 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등 신흥국은 이러한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다. 조세수입을 늘리는 데 구조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세금과 연금의 징수 대상을 늘리고 그 사각(死角)지대를 줄이는 세입구조 개혁은 박근혜 정부 5년을 넘어 한국 경제의 건실한 장기 발전에 중요하다.

세금에 사회보장 기여금을 더하여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국민부담률은 한국이 25%로 선진국(37%)보다 낮지만 여타 신흥국보다 높다〈그림 1〉. 하지만 한국의 복지 지출 규모는 GDP의 9%로 매우 낮다〈그림 2〉.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국방비 지출(GDP의 2.5%)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이스라엘은 국방비로 GDP의 6.5%를 쓰지만 국민부담률(32%)과 복지 지출(16%)은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신흥국들이 공통적으로 조세 부담과 복지 지출이 적어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서비스업의 기업화가 어려운 문화적·제도적 장벽 때문에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가 많다.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못해 조세 행정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다. 그 결과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 브라질·그리스·중국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부가가치세 같은 소득 역진적인 간접세(regressive tax)의 비중이 높다. 소득세처럼 소득 누진적인 직접세(progressive tax)는 조세 저항이 큰 데 비해, 간접세는 징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세금 감면 혜택이 수출업자에게 주로 귀속된다. 마지막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공적 연금제도가 불충분하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이탈리아보다 더 높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은 50%대에 달해 지하경제 규모가 엄청나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는 GDP의 3.7%로 OECD 국가 중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R&D는 특성상 전기전자와 자동차 산업에 집중되어 세금 혜택이 수출업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국세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는 OECD 평균(20%)을 크게 상회한다. 더욱이 한국민들은 소득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소득 누진적 성향이 강한 국민연금에서도 선진국과 비교해 더 적게 내고 더 적게 받는 구조여서 소득재분배 기능이 매우 제약돼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한국에서 조세수입 구조는 개혁해야 할 대상이다. 또 하나 전 세계적 상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발 이전까지는 소득 불균형 축소를 위한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확대에 찬반이 엇갈렸다. 소득 불균형이 불공정한 제도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며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약한다고 주장한 진보 진영과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너무 강조하면 경제주체들이 세금은 회피하고 복지 혜택은 극대화하려고 해 경제 전체의 효율이 저하되고 성장 과실 자체가 줄 수 있다고 본 보수 진영이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경제성장이 다급했던 신흥국들은 절대 빈곤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소득 불평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입장 차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수렴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성장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 반면, 위기 비용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분담한 게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 움직임이 거세지고 미국·유럽에서 본격화하는 부자들에 대한 증세 추진이 그렇다. 중국이 부정부패나 부동산 가격 상승에 강경 대응하는 것도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게 그 배경이다. 한국도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모두 경제 민주화를 내세웠다.

그림=이철원 기자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부담률이 높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세입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임금 근로자로 전환되어야 소득 파악이 명확해진다. 그러기 위해 서비스업의 기업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또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면 직접세 비중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증세를 통해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수출기업에 집중된 투자 및 연구개발(R&D) 공제는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그 혜택을 줄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증세 없이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복지 지출을 늘릴 경우, 일본처럼 미래 세대의 큰 부담으로 귀속된다. 아울러 그리스·스페인·아르헨티나와 같이 재정에 필요한 재원을 외국자본에 의존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원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잠재적 금융불안의 소지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없다'는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효율과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입 구조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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