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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부패가 '南유럽형 복지국가' 부른다
✍️ 사)선진복지사회연구 📅 2013.02.08 11:34 👁 135

복지 공약, 살림 거덜낼까 우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 위기 보면
진짜 문제는 신뢰 결여와 부패, 투명한 북유럽선 재정 파탄 없어
한국 부패지수, 스페인보다 열악… 속 바꾸지 않으면 개편은 무의미

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흥분과 열기는 밀려나고 긴장과 우려가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지난 대선의 선거운동 기간에 박근혜 당선인이 내걸었던 보건복지 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모두 추진한다면 나라 살림이 거덜날 것이라는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2배 확대,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 등 초대형 복지 공약 실현에 정부가 돈을 풀다 보면 결국 몇 년 뒤에 국가가 재정 적자로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 일각에서 먼저 제기하였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출구 전략'이라는 말도 거기에서 나왔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박 당선인을 '신뢰의 정치인'으로 치켜세우고 복지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표 복지 정책에 여당은 부정적이고 야당은 지지를 보내니 여야가 뒤바뀐 형국이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재정 적자의 대란(大亂)을 겪은 사례를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보여줬다. 이런 선례가 있으니 복지 확대가 비대한 정부, 재정 파탄이란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무게를 가진다. 더욱이 쇼크 수준에 도달한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가 가세하면 장기적인 전망도 밝지 않다. 그렇게 되면 세수(稅收)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남유럽 사례가 강 건너 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와 스페인의 사례를 자세히 보면 복지 지출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GDP나 정부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나라들이나 북유럽 국가들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덴마크나 스웨덴 등에서는 남유럽 국가들 같은 재정 파탄 논란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유럽 국가들이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답을 부패(腐敗)와 사회적 신뢰의 결여에서 찾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2년 '국가별 부패지수(CPI)'에서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가장 투명한 국가군(群)에 들어있다. 이에 비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은 유럽에서 바닥권의 부패지수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이 실시한 국가청렴도(NIS) 측정에서도 이런 분포는 똑같이 나타난다. 탈세, 공무원 부패, 특수 이익집단과 정치권력 간의 유착관계, 복지 지출 누수 현상 등이 PIGS에서 만연한 현실은 언론 보도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리스는 취업자 10명 중 4명이 공무원일 정도로 정부 조직이 비대하다. 그런데 많은 공무원이 오후 2시면 자리를 떠나 업무와 관련된 개인사업을 음성적으로 한다. 그리하여 지하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에 달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한국(56점)은 북유럽 국가들의 평균(90점)에 한참 떨어진다. PIGS 국가 중 최상위인 스페인(65점)과 최하위인 그리스(36점)의 중간에 속한다. OECD가 발표한 '사회적 신뢰지수'도 한국은 PIGS 국가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보면 한국이 복지 지출을 유럽 국가들 수준으로 증가시키면 PIGS형(型) 복지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외국 기관들의 평가와 관계없이 우리 스스로도 한국의 공직 사회가 위아래를 불문하고 얼마나 부패했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가족과 측근 비리가 터진다. 국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 후보를 찾는 일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인사 청문회 때마다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하위 공무원 사회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담당 말단 공무원 한 사람이 수억원을 횡령한 사건도 있었다. 그 많은 지자체 가운데 거기만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사람들은 냉소한다.

새 정부마다 정부 조직과 명칭을 요란스럽게 개편하지만 사실 겉만 바꾸는 것이다. 속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개편도 의미가 없다.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고 복지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된다면 누가 사회복지를 위한 증세(增稅)를 반대하겠는가? 결국 선진 복지국가는 재정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로 이루는 것임을 정부와 국민이 함께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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