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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된 국민연금… 글로벌 금융계 '수퍼甲' 등극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9.20 00:00 👁 137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자산 규모 기준으로 사실상 전 세계 연기금 중 3위에 올라섰다.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8월 말 국민연금 자산이 380조원을 넘겨 6월 말 기준 세계 3위를 기록했던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규모(378조원)를 이미 추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세계 연금 가운데 '빅3'로 올라서면서 국민연금은 더욱 귀한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덩치가 큰데 불어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세계의 금융회사들은 운용자금을 배분받기 위해 국민연금 앞에 앞다퉈 긴 줄을 서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이미 (금융시장의) 글로벌 리더"라고 국민연금의 위상을 평가했다.

◇세계적인 '수퍼 갑(甲)' 국민연금 위상

작년 가을,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투자 협의차 미국 뉴욕의 골드만삭스 본사를 방문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선 전 이사장은 우리나라 국기가 로비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 이사장이 "외빈이 올 때마다 이렇게 배려하느냐"며 골드만삭스 측에 감사의 말을 건네자,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는 "손님이 온다고 해당 국가 국기를 로비에 걸어둔 것은, 제 기억으로는 골드만삭스 역사상 국민연금공단이 처음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1일, 국민연금공단 영국 런던 현지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한 전광우 이사장과 일행은 오전에 HSBC 본사를 방문했다. HSBC 본사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차원에서 사들인 빌딩에 입주해 있다. 전 이사장 일행이 본사 건물 앞에 내리자, 안경을 낀 대머리의 노(老)신사가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다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일행을 정성껏 회의실까지 안내한 노신사는 비어 있는 회장 의자에 앉았다. HSBC 금융그룹의 총수인 더글러스 플린트 회장인 것이다. 이날 오후에 열린 영국 사무소 개소식은 플린트 회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150여 명의 글로벌 금융회사 CEO들로 북적였다.

한 경제부처 장관은 "국민연금의 위상이 정부보다 높아진 지 오래"라며 "금융계에선 대통령이 불러도 안 올 '빅 샷(거물)'들도 국민연금공단의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된다는 농담이 돌 정도"라고 했다.

◇쑥쑥 크는 자산, 해외 투자비중 확대에 세계 금융계 주목

유수의 글로벌 금융그룹 CEO가 국민연금을 '수퍼 갑'으로 모시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할 돈이 많은 데다, 앞으로 20~30년간 이 돈이 천문학적으로 붇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추정에 따르면 국민연금 규모는 2020년에 924조원, 2043년에는 2465조원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자산수익률 하락으로 연금 규모가 이런 속도로까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국민연금이 성장 가능성 높은 '젊은 연금'인 것은 분명하다.

자산 규모로 본 세계 연기금 순위는 6월 말 기준 일본 공적연금(GPIF)이 1551조원으로 부동의 1위이고,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이 685조원으로 2위,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 378조원으로 3위, 한국이 367조원으로 4위였다. 1~3위 국가들 모두 경제구조가 성숙기를 지났고, 이미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연금 증가 속도가 느리다. 반면 국민연금의 자산은 아직 성장의 초입 단계다. 네덜란드 연금은 2009년 말 346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32조원이 늘었는데, 국민연금은 2009년 말 277조6000억원이던 자산이 90조원 가까이 불었다. 증가 속도가 3배나 빠른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 강세와 국내 주식시장 호황을 감안하면, 오는 9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385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해외 투자비중이 15% 안팎에 불과하다. 선진국 연금이 최대 50%까지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다.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일본도 해외투자 비중이 20%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해외투자를 늘릴 여력이 많기 때문에 해외 금융회사들은 더욱 목을 빼고 국민연금을 모시려고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성장, 국내 금융계 발전 계기로 삼아야

국민연금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 기회를 잘 활용해 국내 금융계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국민연금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고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2040년 이후부터 연금 자산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연금이 힘을 받는 지금 이를 활용해 국내 금융회사들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투자역량을 국민연금이 측면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나 기업 인수에 나설 때 국내 사모펀드나 금융투자회사에 문호를 넓혀줘야 한다"며 "휠라코리아가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할 때, 스무디킹 한국지사가 본사를 인수할 때, GS그룹이 중동의 해수담수화 기업을 인수할 때 국민연금이 참여해 국내 금융사에 기회를 준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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