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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빛과 그림자'-이기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의 제언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2.05.03 00:00 👁 145
 
 
【서울=뉴시스】4·11 총선 공약으로 여당과 야당 모두 경제민주화를 제시했으며 그 중심에는 재벌개혁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총선 기간 중 걷잡을 수 없는 상대방 네거티브 공세에 묻혀 잠시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던 경제민주화 담론은 12월 대선을 연료로 삼아 다시 한번 치열한 논쟁의 불꽃으로 재 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의 자유’를 훼손할 수 없는 절대 가치로 삼는 자유시장경제의 ‘윤리(倫理) 부재(不在)’에서 초래되고, 심화되고 있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윤리와 시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경쟁패러다임 탄생을 갈망하게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이론적 근거는 ‘국민 전체의 효용(utility) 극대화’에 있다. 거래에 참여하는 당사자들만의 효용극대화가 아닌 국민 전체의 효용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맛있는 빵을 파는 가게가 새로 문을 연다고 국민 전체의 복지가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새로 생긴 빵집의 소유주가 재벌이고, 재벌 빵 집 때문에 근처 빵 가게 주인의 생계수단이 무너졌다면 국민 전체의 효용은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벌 빵 집에서 더 맛있는 빵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효용은 증가할지라도, 생계수단이 사라진 영세 빵집 주인에 대한 ‘측은함’을 느끼는 대다수 국민들의 효용은 낮아질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윤리적 감성’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명확하게 표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히 우리 효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 전체의 금전적 효용뿐만 아니라 감성적 효용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한 경쟁’의 패러다임은 버려야 한다. 대신, 감성적 효용의 추락을 초래하지 않는 ‘제한 경쟁’ 또는 ‘합리적 경쟁’의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

재벌 골리앗이 걸음마를 막 시작한 1살짜리 어린아이와 죽기살기로 경쟁해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 무한경쟁 시스템 하에서는 극소수의 수퍼 리치(super rich)와 대다수의 푸어(poor)로 양극화 될 것이다. 이럴 경우 국가 전체의 복지수준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며 대안적 새로운 경쟁체제를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들에 의한 혁명적 체제변혁이 필연적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규제, 대기업 사업 포트폴리오 및 영업 규제를 통한 중소사업자 보호, 지배주주 중심의 소유지배구조 규제, 경제력 집중 규제들도 무한경쟁의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대안들이다.

불평등 해소를 통해 사회통합이 이루어지고, 양극화 해소를 통해 공생발전이 실현되는 ‘공정사회’의 구현을 위해 MB 정부가 ‘동반성장 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무한경쟁 시스템에서 발현하는 ‘비(非) 윤리적’ 경쟁 결과로 인한 경제적 약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제품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고, 종업원 임금은 대기업의 50%에 불과하면서도 우리나라 전체고용의 87%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적 약자 중소기업의 위상 강화방안은 경제민주화 실행과정의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미래 고용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경제를 되살리는 힘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2009년 사이 대기업 종사자 수는 21.3%가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55.2%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일자리를 큰 폭으로 늘린 것이다.

1997년 말에 터진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되는 속도는 고용인원 5~19인의 소기업은 2년이 소요됐고, 20~299인의 중견기업은 3년이 소요된 반면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12년이 지난 2009년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기업만 존재하는 국가에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국가 자체가 몰락해버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할 수 있다.

강한 중소기업이 있어야 건강하고 활력 있는 국가경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상생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헤비급 대기업과 플라이급 중소기업이 무한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체급(體級)의 격차를 인식하며 경쟁하고, 더 나아가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권투경기에서 선수의 체중에 따라 체급을 나눠 같은 체급 간에만 경기(경쟁)를 하듯, 시장경제에도 체급을 도입하여 비슷한 규모의 기업 간에만 경쟁 하도록 하는 ‘공정경쟁’의 룰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측은함도 완화되어 감성효용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윤리적 상실감을 유발하는 상행위를 한 재벌 대기업들을 제재하는 법적 근거를 구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법률적 제제도 필요하지만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상생노력을 촉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 2가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방안은 하버드 경영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가 실증분석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포터 교수는 “미국의 식품업체들이 아프리카 카카오 제배 농민들에게 기술 지원 등으로 함께 가치를 창조했을 때는 농민 수입이 300% 늘어났지만, 이익을 공유했을 때는 10~20%만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제품혁신을 통한 가치의 공유(shared value)를 추구할 때 큰 부가가치가 창조되는 반면, 대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은 중소기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실증적 사례는 우리나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추구하고 있는 대기업의 초과이윤 공유 논리와 배치되고 있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과이윤 공유 시스템의 태생적 어려움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초과이윤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 이다. 초과이윤을 공유하여야 하는 대기업은 초과이윤의 정의를 엄격하게 하여 공유해야 하는 이윤이 되도록 작게 하고자 할 것이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반대로 초과이윤의 규모가 크게 하고자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초과이윤을 공유하기도 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마찰과 다툼이 발생할 것이며, 이런 충돌은 ‘공유’에서 오는 협동정신을 반감시켜 ‘공유’의 상승효과를 상쇄시킬 것이다.

두 번째는 초과이윤을 공유하고자 약속한 각각의 중소기업의 기여도를 측정하고 그에 합당한 초과이윤을 공유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있다고 가정하고 이중 9개 중소기업은 품질관리와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했으나 1개 기업이 불량부품을 납품하여 최종 제품이 리콜(recall) 당했을 때를 가정하면 초과이윤 공유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하고,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대·중소기업 상생방안은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찾았다. 대기업의 30% 밖에 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그대로 두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할 수 없고, 소득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으며, 고학력 청년일자리를 대대적으로 창출하여 청년실업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제품의 혁신, 기술개발, 이종(異種) 기술의 융합 등을 달성할 수 있는 연구역량이 필요하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연구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중소기업과의 공유가치를 ‘중소 납품업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명시하고, 그 공유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윈-윈 시스템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대기업의 80% 이상으로 접근하여 종사자들의 임금도 대기업 못지않게 된다면 중소기업도 고급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강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경제학 박사) econklee@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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