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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낳아도 한숨... 맡길 곳이 없다.
✍️ 선진복지사회연구회 📅 2018.03.12 15:56 👁 111
2008년 10월 태어난 시운이는 3개월 때인 2009년 1월 서울특별시 보육포털서비스(http://iseoul.seoul.go.kr/)를 통해 구립 어린이집 두 군데에 입소대기신청을 넣었다. 구립 어린이집 중에서도 인기라는 한 곳은 입소대기신청을 넣자마자 맞벌이 증빙서류를 요구해 관련 서류도 퀵으로 부쳤다. 그런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입소의 길은 멀어보인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100명이 넘는 대기인원 중 이제 앞에 5명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는 것. '운이 좋아' 내년 3월 신학기 때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 대기에만 꼬박 2년 2개월을 보낸 셈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사회는 이야기하지만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육아의 고달픔'이 자리잡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아기를 낳으면 누가 봐줄 것이냐"고 묻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믿을만한' 보육시설을 찾는 것도 오직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보육서비스 질 관리를 위한 운영 기준 합리화 방안'을 연구하며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육 시설의 20.7% 정도가 입소순위 관련 불만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 입증이 쉽지 않은 업무 종사자들의 불만이 컸다.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상 맞벌이란 1일 8시간 이상(점심시간 포함), 월 20일 이상 근로를 하고 근로를 서류로 증빙할 수 있는 근로자 부와 모로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일은 하고 있으나 서류상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은 맞벌이로 인한 입소 1순위 적용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 이유로 부모가 모두 대학원 등 학업중인 경우도 '맞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입소 순위에서 밀리는 데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입양아도 역시 2순위 대상 아동으로 분류돼있어, 보육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구김살 없이 밝게 웃는 아이들이 무색하게 정부는 각종 이벤트성 출산장려책을 남발할 뿐, 정작 저출산 문제의 핵심인 양육 부담은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 【헤럴드경제 사진 DB】 융통성 없는 보육 현실도 문제다. 18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 모(32)씨는 "구립 어린이집 대기는 까마득하고 일단 오후 시간만이라도 사립 어린이집에 보내 육아부담을 덜고 싶었는데, 알아보니 종일반과 반일반 원비가 33만원으로 같더라"면서 "하루 종일 있는 아이와 하루 서너시간 있는 아이의 원비가 같다니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종일반 기준으로 원비를 일괄 책정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하면서 맞벌이라 갖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데다가,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원비 규정까지 듣다보니 둘째는 꿈도 못꾸겠다"면서 "그나마도 어느 곳은 종일반과 반일반 원비가 다르고 어느 곳은 또 같으니 부모가 알아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주먹구구식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영유아 시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육시설의 질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두 돌된 아이를 키우는 박 모(30)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순간 감기, 장염 등 온갖 유행성 질병에 걸리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라면서 "모든 시설이 그렇다고 할 순 없겠지만, 아무래도 아이를 맡기는 문제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15개월 된 딸이 있는 문 모(35)씨도 "아이가 3개월 때 복직을 하면서 서울형 어린이집 몇 곳에 전화를 돌려봤지만, 당초 시가 설명한 대로 CCTV가 설치돼 부모가 실시간으로 아이를 볼 수 있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는 곳은 없었다"면서 "결국 엄마들 사이에 믿을만하다고 입소문이 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맡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서울시가 국ㆍ공립에 준해 보조하고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 가운데 35곳이 요건을 갖추기 못해 제도 시행 1년여만에 인증이 취소됐다. 앞서 밝힌 보육 서비스 질 관리 관련 연구에서도 만 2세는 전체 교사와 시설장 중 16.5%가, 만 3세는 13.7%가 정원을 초과해 보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로 인해 교사들은 보육실의 물리적 환경과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보육활동, 영유아와 교사간 상호 작용 등이 부적합하게 나타나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과 스웨덴 등 선진국은 교사 1인 당 영유아 수 외에 반별 최대 인원 기준을 제시해 영유아 안전과 최적의 발달을 고려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0세는 1인당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이다. 소득수준별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정작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 가구가 상대적으로 제외되는 것도 정책 보완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해 영유아 및 부모를 중심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전체 영유아 가구 가운데 맞벌이는 약 33만 가구(16.7%)로 나타난다. 그러나 맞벌이의 경우 소득인정액 분위가 높아져 보육료 전액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하위 50% 이하 가구의 경우 맞벌이 비율은 3.4%에 불과한 반면, 하위 80~100% 경우 44.5%에 달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공제 적용을 제안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육료 지원대상 확대를 위한 선정기준 및 선정방식 개편방안 연구'를 통해 "부부합산 근로소득공제 25%를 적용할 경우, 맞벌이가구의 부부합산 소득 평균은 전과 동일하나, 소득공제액 평균은 2배로 증가한다"면서 "부부합산 근로소득공제 방식이 맞벌이가구 지원확대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적 행정자료에 의한 선정과정에서 사업소득 자료의 신뢰성 및 수용성 이로 인한 근로소득자와 사업 소득자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시행 초기에 근로소득공제의 범위를 근로 및 사업소득에서 근로소득으로 제한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덧붙였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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