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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복지, 정의로운 양성평등 사회 만든다
✍️ 선진사회복지연구회 📅 2011.04.11 00:00 👁 150
 
진정한 복지, 정의로운 양성평등 사회 만든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신호탄...우리 사회 6대 불안 해소에 집중 투자하는 복지정책을

◆ 일시=2011년 3월 4일 오후 1시 30분
◆ 장소=서울 중구 정동 여성신문사 회의실
◆ 사회=이은경 여성신문 편집위원
◆ 참가자=신필균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정경자 호주 테크놀로지시드니대 사회학부 교수
◆ 취재 정리=박길자 차장


"복지정책, '여성'이 안 보인다"


사회=복지가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많은 복지 논쟁에 여성들이 전략적으로 끼어들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 복지 전문가들과 ‘여성과 복지’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우선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이태수 교수=현 정부에 대해선 비교적 제가 날을 세우고 있는데 앞으로 2년의 임기가 더 남아 있고, 예산 세우는 것까지 치면 2013년까지 3년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을 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구호는 있었는데 실제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초기에 능동적 복지나 휴머니즘, 서민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았고 정책 기조로 강조했으나 실제 무엇이 이뤄졌느냐는 측면에서 봤을 때 보육정책 진전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꾸만 역대 최고라고 말하고 재정 증가율에 비해 (복지 예산을) 높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지금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부분, 우리 사회의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것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점진적으로 조금 더 많이 하지 않았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현 정부 초기에는 국민을 위해 정책을 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했지만 결국은 성장 위주의 정책, 특히 4대강 사업, 이런 것을 포기하지 않은 가운데 점점 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복지가 밀리는 양상이지요.


신필균 이사장=정부의 복지철학 부재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960∼80년대까지 경제성장 위주로 한국이 왔다고 한다면 90년대 이후 문민정부에 복지 개념이 들어왔고,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부터 본격적으로 복지를 시작했죠.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발전됐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OECD 국가 수준이나 평균에 비해 대단히 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소한도 지금 우리 현실에 맞는, 우선순위에 필요한 것은 집중적으로 발전시켰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당면 과제를 국민그룹으로 보면 우선순위가 노령화나 저출산 문제 아니겠어요? 그 대목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층이 '여성'입니다. 여성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노령연금을 개혁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랫동안 이야기가 됐었고…. 연금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런 것에 대한 진전이 안 되고 오히려 주요 이슈로서 뒤로 물러간 그런 분위기죠.

정경자 교수=여성 관련 정책을 쭉 연구해 왔는데 우선 제가 만난 많은 여성 관련 활동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복지정책을 포함한 정책에서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아까 보육정책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볼 땐 예전 참여정부나 국민정부 시절에 했던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여성 복지나 아동 복지에 접근했다면 지금은 가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있었다고 보여지고요. 여성문제가 주변화되고 여성 정책은 보이지 않는 측면이 우려가 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호주도 재해 등으로 인해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고 영국이나 미국 등도 그렇습니다. 사회복지 예산이 삭감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복지 예산이 말도 안 되게 적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복지에 대한 예산 확보라든가, 복지에 우선순위를 두는, 분배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쪽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우선순위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요. 무상급식 등 이슈 중심이 아니라 복지철학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 긴 안목에서 미래를 바라보면서 복지정책이 체계화돼야 하지 않는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대립보다는 보완 관계"


사회=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전쟁’ 수준입니다. 한국사회의 복지 논쟁을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지, 과연 제3의 복지는 없는지 답답한 마음입니다.

정 교수=사실 우리가 믿는 천국 같은 복지국가도 여전히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는 논쟁 중입니다.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예가 의료보험인 것 같아요. 호주가 굉장히 좋은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적으론 듀얼시스템이에요. 보편적인 의료보험으로 커버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기본적인 의료복지여서, 한국인들이 쉽게 받을 수 있는 치료, 예를 들어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보험을 들어야 하는 그런 식이거든요.
우리나라 현실에선 어떤 것이 보편적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져야 하는지, 의료적인 보편복지가 이뤄져야 하는지 봐야 합니다. 사회안전망을 최저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것에 대해선 보편적 복지, 그렇지 않고 차등을 둘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선별적 복지, 그런 식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교수=정 교수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은 얘기입니다. 보편적 성격이나 선별주의적 성격은 결합돼서 가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스러운 게 있는데, 우선 정치권으로 모든 담론이 들어가면 혼탁해지고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에 대한 개념이나 원리가 체험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보편적 복지, 무상복지 이런 얘기가 떠오르면서 개념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는 대립 개념이 아닙니다. 학자마다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보편적 복지와 경제적 능력으로 선별하는 '잔여주의적 복지'로 대비시키는 게 맞습니다. 선별적 복지라고 이야기하고 대칭되는 것을 보편적 복지라고 하니까 많은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는 그럼 선별하지 않느냐, 모두 다 주냐, 이렇게 이해한단 말입니다. 학문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주는 제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그런 제도를 실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제도는 보편주의 제도라고 해도 선별적으로 대상자를 골라내는 겁니다. 여성이냐, 남성이냐, 노인이냐, 아동이냐, 의료적인 필요가 있는 자냐, 아니냐를 골라냅니다. 보편주의는 선별을 하지 않는 것처럼 선별주의와 반대쪽에 보편주의가 있다 보니 이게 퍼주기다, 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습니다. 경제적 유무에 따라 선별적으로 주는 복지가 잔여주의적 복지, 그게 보수적인 진영에서 내세우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나라도 보편주의적 복지로만 도배를 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보편주의적 기조를 가질 것이냐, 잔여주의적 기조를 가질 거냐는 기조의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잔여주의적 기조를 암묵적 동의 아래 유지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교통수당입니다. 대부분 경제능력으로 하위 5%냐, 30%냐, 70%냐 따지는 걸로 가고 시설 입소도 가난한 사람이 입소하고 복지관 이용도 가난한 사람 위주로 합니다.
이걸 기조를 확 바꿔서 누구나 필요하고 보편적인 욕구가 인정되는 계층이면 다 받을 수 있다는 권리가 돼야 합니다. 이것이 더 고상하게는 '시민권'이고 국민의 천부적인 권리로서의 '사회권'입니다. 제발 정치인들 공부 좀 하시고 좀 더 합리적인 토대에서 복지국가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신 이사장=복지제도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데는 동기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사회 현상을 분석적으로 볼 때 양극화가 심각한데, 특히 중산층이 점점 소멸돼가는 양극화입니다. 거기서 소수층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 이것이 양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죠.
과거에는 경제적 차이만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분야의 결정, 문화까지 차이가 납니다. 심각한 갈등은 민주주의로 발전하는데 대단한 저해가 되는데 그런 상황을 봤을 때 경제적 차원에서만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스러운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바로 거기에 보편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보편주의가 모든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부가 사회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대상을 고르는 수단으로서의 보편주의냐, 선별주의가 아니라 복지정책을 왜 써야 하느냐에 따라 목적에서 이 보편성을 갖게되는 겁니다.
특히 조세에 의한 재분배 정책에 의해 복지 분야를 확대해야 합니다. 오늘날은 다원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과거 5년, 10년에 있지 않았던 새로운 복지 수요 문제가 생겨요. 그게 고령화의 급작스런 문제, 다문화 사회의 문제죠. 그러면서 원래 있었던 문제는 악화되기도 하구요. 국민 생활에 필요한 보육, 교육, 의료, 주택, 노후보장, 일자리까지 기초적인 가복지정책이 더 포괄적이면서 복합적으로 돼야 한다는 기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보편주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것을 안하고 지금 있는 돈에서 눈에 띄고 목소리가 큰 분야를 선택하게 될 때 이게 문제가 됩니다.
실제 보육 예산이 확보됐다고 해도 여성의 시장 진출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를 봐야 하고, 그런데 실제로 도움이 안됐다면 성과가 있는 보육정책이라고 안보거든요. 재정상 우선순위가 뭐냐, 그다음 몇 년 동안 어떻게 성과를 이룰까, 복합적으로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렇게 접근하는 방식을 통해 보편주의적 사고를 가졌을 때와 잔여주의적이거나 선별주의적 사고를 가졌을 때가 같은 돈(재원)을 써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 교수=한국에서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많이 읽고 있더라고요. 한국 책을 사가지고 호주에 가려고 하는데 매진이 될 정도더군요. 결국 복지철학이나 정책 입안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 어떻게 정의로운 사회를 정책이란 틀을 통해 구현할 것인가, 그런 것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정쟁이나 대중적 인기로 인해 긴 안목, 심도 깊은 분석 없이 복지정책을 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 이사장=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 복지가 포괄적, 복합적으로 시행될 때 중산층을 이루는 국민의 수가 증가합니다. 많은 복지학자들이 내놓는 이야기거든요. 중산층을 두텁게 한다는 거죠. 다른 복지정책으론 땜질식이지, 중산층의 폭은 넓어질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한 지론입니다.
우리가 보편주의를 이야기할 때 동시에 생각해야 되는 것이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스웨덴은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라기보다는 포괄주의라고 해야 돼요. 대단히 복합적인 운영 방식을 하기 때문에 어떤 정책은 약간 후퇴한 느낌이 들고, 다른 정책은 앞서가는, 그러면서 보완해가는, 상승효과를 내는 정책이 있어요.

이 교수=복지국가는 하나의 국가운영의 원리, 국가운영 시스템의 총체적 표현입니다.
복지국가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권리라는 것이 생존권과 사회권까지도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상당한 제약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허락하고 그 부분의 기능을 부정하진 않지만 상당 정도의 사회적 개입을 통해 시장의 한계와 개인의 무력감을 보완해주는 장치를 가져야 합니다. 연금이나 보육이라든가,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1차 생산 과정에서 이런 원리가 적용돼야 합니다. 노동 투여 과정에서 분배를 받는데 분배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 보수 진영의 박세일씨(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큰 복지, 작은 복지를 이야기하는데 일종의 그런 개념입니다. 더 큰 분배는 노동시장이나 생산과정에서, 1차적 분배가 공정하고 정당하고 가급적 큰 차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조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은 강도, 똑같은 질, 똑같은 유형의 노동을 했다면 동일한 임금이 보장돼야 합니다, 이런 원리가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복지정책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 부분에서 삶의 수준이 보장되고 양극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지고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조건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복지정책만 생각해서 보육정책을 얼마나 했느냐, 안했느냐만 생각하면 재정이 파탄날 수 있습니다. 결국 그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 상호부조의 정신,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서로 간에 상생하고 상호 부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움직임이 결부돼야 합니다. 자립에 대한 의지, 자활의 의지를 홍당무와 채찍을 주듯 그것을 안 하면 급여 안줄게, 하는 천박하고 야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지역주민들끼리 일자리를 주고받고 공공성이란 이름 아래서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윤 추구가 다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서로가 참여하고 그걸 위해 자기 것을 내놓고 나눔의 문화가 정착하는, 이런 것을 위한 민간의 역할도 있어야 합니다.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 '사회정의 연대 평등’ 3대 가치관 체화돼

사회=국가도 그런 분위기를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신 이사장=스웨덴 복지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사회정의, 연대, 평등, 이 세 가지를 가치관으로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이 교수께서 이야기하는 연대는 지역사회에서, 작게는 지역공동체를 통한 연대의식이고, 크게 보면 전사회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연대입니다. 그런 연대 정신이 없으면 재분배 정책이 불가능하죠. 공동체적 연대감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스웨덴 복지정책의 발전사를 보면 이런 경우 시민운동이 대단한 역할을 하거든요. 한 사안에 대해 노인이면 노인, 장애인이면 장애인, 시민운동가들이 자기들이 내놓은 제안을 국가가 받아들이게 하는 전략에 있어서 또다른 사회적 약자의 제안과 연대의식을 가지면서 양보적인 호응을 하는 분위기 없이는 실제적으로 정책이 성립되기 힘듭니다.
이론적으로는 연대의식이 생기기 위해선 굉장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평등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연대의식으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결과적으로 내게 다시 그 혜택이 되돌아온다, 국가가 모든 국민을 똑같이 존중한다는 신뢰, 그러한 평등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복지철학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겁니다. 정부가 모든 국민을 위해 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평등적 가치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연대의식이 가능해요. 또 그 전에 필요한 것이 뭐냐면, 바로 '자유'입니다. 국민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유죠. 조직에서도 상하관계에서 억압이 있을 때는 절대적인 자유를 느낄 수 없어요. 자유와 평등과 연대가 항상 삼각형 구조로 같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큰 틀에서 다시 이야기하자면 가장 바람직한 민주주의 국가 아니겠어요? 여기엔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런데 저는 오히려 보편주의 국가만이 이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인간의 존엄성, 국민의 존엄성이 이런 평등적인 가치관에서만 나오는 것이죠. 내 모든 사회권이 보장되는 자유가 가능하죠. 현 정부에선 이미 시민단체가 하는 일을 다 막아버리고 있기 때문에 이게 또 하나의 복지예산을 오히려 더 들게 만듭니다. 예산이 부족하면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시민운동이 대단히 활성화되고 있는데 그것이 단순하게 정책에 대응하는 시민운동만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지역별로 대단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민간 차원에서 이런 시도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을 활성화되도록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거든요. 이런 건 대단한 돈이 안 들죠, 제도적으로만 만들어주면 되니까.


정 교수=사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가 최소한도로 필요한 것이잖아요. 가장 좋은 복지라면 일자리를 창출한다든지, 인간으로 사는데 필요한 권리를 그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호주에서 복지의 기조가 됐던, 복지를 지원할 수 있었던 정책이 바로 '임금'정책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임금 차별을 없애는 정책이 복지에서 굉장히 중요했죠. 한부모가정이 빈민층의 훨씬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호주는 굉장히 오랫동안 주택보급율을 늘리는데 많은 정책적 지원을 했어요. 그런 것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기가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거잖아요. 또 세제를 통해 소득이 많은 사람이 나보다 취약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세금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연대, 평등, 사회 정의입니다.
다각적인 각도에서 복지를 봐야지, 자꾸 복지 프로그램에 맞춰 이게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만 집착하면 한국 사회에선 복지에 대한 큰 틀이나 철학이 부재하게 됩니다. 또 보편적 복지인지, 잔여주의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인지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복지문제를 논의할 때도 여성전문가, 복지전문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장치 없이 일회성 복지 혹은 질 낮은 복지를 양산하는 게 좋은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호주에선 무상급식이 되고 있지도 않고 무상급식이 정책의 아젠다로 올라오지도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된 무상급식 기조에는 성역할이 어떻게 되고 있나, 또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는가, 많은 문제가 따라와 있더라고요. 아동복지는 노인문제와 함께 복지정책의 핫 아이콘입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떤지에 대한 진단, 왜 무상급식이 정책적 복지적 이슈로 최우선적인 과제로 다뤄졌는지에 대한 진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어느 나라는 무상급식 있다, 없다, 이런 논의는 굉장히 위험한 것 같아요. 그 나라에서의 아동 지원이 어떤지를 봐야 하니까.
호주는 수당이 있어서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급식 지원은 안해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부모가 양육할 만한 재정적 상태가 아니면 격주에 한 번씩 일정하게 통장으로 ‘부모 수당’을 줍니다.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도와주는 것이죠. 공립학교를 보냈을 때 학비는 무료입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다양한 지지, 지원 시스템이 있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공원'이냐 '정글'이냐 삶의 조건 선택할 수 있어야


사회=무상급식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과도하게 이슈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이 교수=무상급식이 이렇게 해서 뜰 정도의 것은 아니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 문제를 띄우는데 절대적으로 공헌을 했고. 정치적 쟁점이 되는데 과도하게 의미 부여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무상급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상급식에 보편적 복지니 하며 너무 과대한 의미가 부여가 된 것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워낙 먹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보니….(웃음)
내면적으론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보편적 지지를 해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데서 오는 전체적인 불안감이나 박탈감이 무상급식이라는 주제로 싹 다 연결돼서 이걸 통해 아동들의 사회적 양육을 하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 아니냐는 의미 부여를 복지학자들이 하게 됐습니다. 즉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의 사회적 신호탄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 부여가 되면서 무상급식 자체보다 더 강한 의미가 더해진 것입니다. '무상'이란 말도 이건 잘못 표현된 것으로 ‘공짜’ 라고까지 한쪽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무상이란 것은 없는 거죠. 세금을 통해 사전에 포괄적인 용도로 돈을 냈느냐, 아니면 사회보험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전에 내놨느냐, 아니면 자기가 받는 그 시점에 공적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했느냐, 이 세 가지 밖에 없는데 세 가지 중에 첫 번째 것을 무상이라고 이름 붙인 겁니다. 무상이란 말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잘못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선 이를 대체할 적절한 영어는 없지만.

국민들이 적어도 포괄적으로 내가 낸 부분에 대해 국가로부터 응당 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준다면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너무 착해서 정부에서 받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데, 많은 선진 국가들은 정부 재정의 50%를 복지라는 통로를 통해 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사회복지와 관련 있는 급여의 형태로 되돌려받고 있거든요.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복지예산을 28%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보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선 이를 4분의1밖에 못 돌려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격차에 대해 국민들이 이걸 박탈당하고 있는 거거든요. 호화청사 짓고 건물 짓고, 길바닥에 뿌리는 이런 형태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급식, 의료 우리에게 주라, 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되는데 (국민이) 너무나 착해서, 우리가 공짜로 받을 수 있나, 이렇게 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죠.
이건 정글에 살 것이냐, 공원에 살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각자 내가 돈 벌어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만인에 의한 만인의 경쟁, 이런 것 속에서 내가 사실은 사회연대기금으로 조금 더 정부를 통해 내놓고 연대기금을 통해 공원을 조성해주듯 늪도 메워주고 정글의 이상한 뱀도 없애주고 우리가 공원에서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는, 그런 정도로 우리 삶의 고단한 부분을 없애준다면 그것을 위해선 내가 돈을 조금 더 내야 합니다. 서구가 그렇게 해서 조성된 공원에서 사는 게 이미 실증됐고 그게 성공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도 한번 해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특히 남미국가가 보편주의 복지를 하다가 망했다는 등, 그리스가 보편주의 복지를 하다가 망했다는 등 하는데 그리스는 정년퇴직 전에 소득의 95%를 주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됐죠. 그리스가 복지 하나로 망한 나라로 볼 수 없지요. 아직도 계속 정글의 신화, '정글에서 나 혼자 잘살 수 있다'는 신화가 남아있습니다.

신 이사장=이태리나 그리스의 경우 보편주의를 하다 망한 것이 아니라 원래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보편주의보다는 부분적인 보편주의를 택해 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생긴 거죠. 보편주의를 처음부터 하지 않은데 대해 부과되는 부담 때문에 그런 겁니다.
아동정책을 어떻게 보느냐, 사회가 18세까지 보호할 권리가 있다, 하는 차원에선 선진국이 다 비슷하게 생각을 해요. 보편주의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스웨덴에선 아동수당을 누구에게나 다 줘요. 심지어 위탁가정에 맡겨져 있다면 그 위탁가정 보호자에게 가죠.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스웨덴 같은 경우는 거의 80% 되니까 이 부담을 줄여주는 게 하나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에서도 학교급식의 배경은 도시락을 안싸주는 것에 핵심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대단히 제한되지 않은 시간에 노동을 해야 하고, 또 이를 이중으로 하는 여성이 많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배경이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교급식 이야기가 시작됐는데 무상급식으로 나간 발단을 보면 사실 학교에서 밥을 먹는데 누구는 돈을 내고 먹고, 누구는 안내고 먹고, 그것은 자라나는 아동들에게 심리적으로 대단한 편차 의식을 이미 잠재적으로 심어주는 겁니다. 18세까지 아이들이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자유스럽게 누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회의 의무입니다.
(복지에 있어) 보수주의자들에게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나라가 경쟁, 경쟁 하는데 내부 경쟁보다 세계 경쟁을 더 중요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게 보수주의자들 아닙니까. 세계 경쟁에 내보내는 인적 자원을 어려서부터 주눅들게 키우면 아이들이 세계 경쟁에 나갈 수 있겠어요?
나는 무상급식은 사회적 책임이다, 복지국가의 순위를 낮추느냐, 높이느냐에 따라 아동을 사회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급식 문제는 사실 불필요하면 바꿀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양성평등이나 국가발전을 위해 여성경제활동을 대단히 장려하는 추세고, 여성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선 급식이, 그리고 동등한 대우를 주기 위해선 무상급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아동일수록 평등하게 길러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갖고 가야 할 사회적 철학입니다. 급식은 조세에서 조금만 조정하면 된다고 봅니다.
독일은 아동수당을 소득에 상관없이 다 줍니다. 양육비는 엄마나 아빠가 일을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경우에만 줍니다. 소득이 줄어드니까 양육비를 주는 거죠. 진보적인 여성주의자들은 그것을 오히려 반대합니다. 여성을 시장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앉게 유도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스웨덴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정책, 가족정책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 교수=민주당의 3+1(무상 의료 급식 보육+ 대학등록금)이나 우리 사회가 6대불안(의료 보육 교육 노후 주택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면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의 3+1 외에 뭐가 더 중요한지 들여다봐야죠. 6대 불안의 위기,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인 그림이 필요합니다. 재원도 과감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계획을 놓고 공감대를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정이 중요한데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가 대단한 공헌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명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예산 수십조에 대한 둑이 터졌거든요. 노무현 정부 때는 몇 천억 가지고 이걸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했지만 이젠 몇 조원 수준, 몇 십조 원 수준으로 재정에 대한 한계를 확 풀어버렸거든요. 뭐든지 이야기 나오면 "20조? 부자감세 환원시키면 되지"라고 하니까요.
실제로 20조 원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매우 많습니다. 보육을 지금처럼 남은 30% 소외시키지 않고 100% 다 끌고 가도 지금 정도에서 3조 원 정도 추가되면 해결되고, 대학생 반값 등록금은 5조 원이면 해결되고, 전액 등록금도 10조 원이면 해결되는 겁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해 사각지대가 많은데 이런 것들도  대략 5조 원 정도면 해결된다고 합니다.
정책 우선순위를 이야기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재정 부분에 대한 담대한 발상과 우리 사회의 위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면 다양한 선택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상당히 복지국가 논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특히 여성 문제를 복지국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떻게 이 흐름 속에서 나름대로 발판을 마련하고 쐐기를 박아서 고리를 거느냐는 것이 정말 중요한 거죠.


신 이사장=사실 6대 불안이 국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생활에 필요한 분야인데 그게 다 불안하다면 어디가 제일 취약한 지를 보고 그 다음 상승효과라는 말을 한 것처럼 가령 1000억 원이 들어갔을 때 그 이상 효과가 나는 것이 뭐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게 안 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서구에 비해 정책 추진에 있어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지정책에 가족정책 관점을 들여와야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편파적인 가족정책을 내놓았는데 우리나라 가족형태에서 저출산이 시급한데 저출산을 증가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 필요하냐, 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게 양육, 아동정책, 여성 출산에 해당되는 모든 정책이 따라와야 하는 겁니다. 동시에 보육정책, 교육정책이 어느 수준까진 같이 갑니다.
여성의 문제를 봤을 때 두 가지 굉장히 중요한 제도가 따라와야 합니다. 출산과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의료제도가 따라가야 합니다. 건강하게 키워야 하니까.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제도가 가족정책 바로 옆에서 같이 가야합니다. 또 하나 다룰 정책이 노동정책입니다. 가족정책 면에선 직장을 가진 여성에 대해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포괄적으로 봐야 하고, 이것을 만들고 거기에 소요되는 한계에선 우선순위는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국책연구소하고 정책 하는 사람들이 따로 노는 것, 거기에 문제가 있거든요.


복지국가의 최종 목표는 '완전 고용'

사회=복지국가는 남성주의의 산물, 복지국가론은 몰성적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복지는 어떻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느냐는 문제이고, '여성'을 충분히 투영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정 교수=무엇보다 여성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복지 예산이나 복지 프로그램에 개입해 복지가 몰성적이 되지 않도록 개입해야 합니다. 일례로 호주에선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잠정적으로 주어지는 수당이 있어요. 가정폭력이 호주에서도 5명 중에 1명은 겪는 문제인데 여성 시각에서 정책의 큰 틀에서 놓치기 쉬운 그런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호주에서 비슷한 예로 많은 복지학자, 아동학자들이 아동기에 잘 양육했을 때 국가가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이 참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잘 양육했을 때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되느냐부터 취약아동에 대한 지원이 있었어요. 복지국가 호주에서도 포스트 코드(우편번호)가 그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그래요. 즉 어느 동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른 거예요.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난하든, 어떻든 간에 청년실업이나 일자리 창출, 여성이든 사회취약계층이든 이들의 고용정책이 우선돼야 합니다. 진짜 소외된 계층, 놓쳐선 안 될 분들, 노인복지라든가 노인중에서도 빈곤층 분들, 독거노인, 청년실업, 이민난민, 다문화가정, 여러 가지 피해자들이 있지요.

이 교수=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을 보면 호주가 전세계 차원에서 4급 정도 되는 거죠. 북구→독일, 프랑스→남부유럽→미국, 캐나다, 호주 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자원이 많고 땅덩어리도 넓고 기회도 많아 한국과 다른 거죠.
중요한 문제는 당대의 상황을 보면 노동 부문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통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을 확보할 수 있냐는 문제인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일자리가 복지라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일자리가 곧 복지라면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역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친절한 금자씨’가 돼 훈련도 시켜주고 알선도 시켜주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많은 분들은 경제가 성장되면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가 복지니까 성장해야지, 하는 이런 정도의 얄팍한 관점만 갖습니다. 일자리 부문과 관련된 조밀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 이사장=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결과가 지독한 양극화 문제입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보니까 부유층들은 자기들만의 특별한 문화 속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런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대중화돼 있는 거죠...모든 사회현상의 결정권을 부유층이 가질 수밖에 없고, 정보력도 독점하게된 거죠. 아는 것이 힘인 정보사회에선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수없죠. 실제 서울대 학생들이 통학하는 것을 보면 외제 중형 자동차들이 즐비하다고 서울대 교수들이 이야기해요. 예전과 너무 다르다고요. 이렇게 부유층이 한국 사회를 주도하는 쪽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복지제도로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하는데, 경제성장에 돈을 쓰자는 선택적 얘기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보편복지를 하는 스웨덴 같은 나라가 가장 중요시하는 게 무엇인줄 아세요? 바로 '완전고용'이거든요. 복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나라일수록 궁극적 목표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을 통한 자아발견을 최대한 지켜주자는 얘기고. 그래서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발전된 거죠.
복지정책을 다시 바꾸어 말하면 그걸 사회정책이라고 얘기해요. 복지는 말 그대로 추상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사회정책의 하나의 지향점으로 보는 거죠. 복지라는 말은 웰빙(Well-Being)을 이야기하니까, 사회정책에선 일자리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거죠.  일을 하기 위한 제반여건 중 소득보장, 서비스, 다 포함되는 거죠. 성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일 없인 안되는 거고, 완전한 성인이 되려면 아동기에 원만히 자라는 것을 사회가 도와줘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은 반드시 해야 되는 건데, 그 일자리 창출을 국가가, 기업이 자꾸 만들어줘야죠. 그것을 사회적 기업을 통해 만들어주는 것도 일종의 일을 하게끔 만들기 위해 하는 거거든요.
적극적인 노동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 훈련입니다. 일자리가 적어진다면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이건 정부가 빨리빨리 도와줘야 합니다. 교육정책이나 노동정책의 다른 방법을 통해 도와줘야 하는 거죠.
며칠 전에 대학등록금 관련 방송보도를 봤습니다. 지금 4년제 대학에서 등록금은 치솟고 아이들은 등록금 마련을 못해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부가 뒷짐지고 가만히 있느냐, 정말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까 직업병에 걸렸어요.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거죠.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다가. 얘가 병들면 우리 의료가 튼튼하지 않아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완전히 빈곤층으로 전락하는데 이걸 뻔히 보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현재의 복지정책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직업 교육을 확대시켜야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원하는 다른 교육을 받고 싶으면 어느 정도 안정된 다음에 받아야죠. 이 개념이 평생교육입니다.

정 교수=호주도 실업자 수당을 정부가 계속 주기보다는 그분들이 의무적으로 직업 훈련에 참여시켜서 보고하도록 돼 있어요. 직업훈련 기회를 계속 알선해줍니다. 복지와 근로정책이 맞물려 있고요.
복지 예산을 아까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취약층에 대한 투자가 사실은 그 사람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토대가 됩니다. 그분들이 장래에 실업자가 되면 우리 사회가 그분들을 보호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거든요. 그게 바로 사회정의입니다. 스웨덴과 같은 정의, 평등, 연대, 이런 의식을 갖고 복지정책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 교수=현재 한국 사회에서 거시적으로 봤을 때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제고시키는 것은 사실 그것 자체가 경제 성장에 제일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성장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답이 될 수 있는 거고, 여성의 개인적인 삶으로 봐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든가, 이렇게 마중물을 부어서 계속 가게 하면, 그 마중물을 붓는 것은 조세 부담 환수가 되거든요. 모범이 스웨덴 같은 나라죠. 이런 방싱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여성의 사회 진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일자리 부문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은 큽니다. 여성들로부터 비정규직, 경력이 단절되는 부분을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임금도 낮은데 그런 것을 빨리 제거해야 양성평등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여성들에겐 아직도 족쇄가 많아요.
여성을 위해 복지국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 연금제도입니다. 여성들을 위해선 기초연금제도로 가야 합니다. 지금은 노령연금이란 어정쩡한 형태지만. 조세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한다면 여성들의 노후가 상당히 달라지죠. 기초연금제를 여성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내놓아야 한다고 보죠. 기초연금제는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60세 내지는 일정 연령이 되면 국가가 급여를 주는 것입니다.
여성계가 전통적인 이슈에 아직도 매몰돼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으로 가기 위해서 법적, 제도적 문제가 굉장히 많지요.
대다수 여성들의 문제는 복지국가라는 시스템 내에서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적인 복지국가라는 모델을 여성계가 만들고 전체적으로 복지국가로 가고자 하는 주도적이고 주체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여성운동계에 가시적인 흐름이 형성돼 있진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여성복지 위해 남성도 함께 참여하는 가족정책 절실해


사회=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복지논쟁에 여성계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참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신 이사장=가장 시급하면서 중요한 것이 노인정책이죠. 스웨덴 복지정책의 첫 번째 타깃이 노인들이었어요. 왜냐하면 1900년대 초기엔 노인층이 가장 빈곤층이었거든요. 산업화로 가족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혼자 살게 되고.    
스웨덴의 정책에서 노인문제에 접근할 때 세 가지 관점을 한 번에 같이 갔다는 게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시장으로부터 물러난 사람이거나 시장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노령층의 경제적인 문제, 재정적인 문제를 본 거죠. 두 번째는 건강 문제때문에 수발이 필요한 서비스 문제이고, 세 번째는 노인이 됐을 때의 거취 문제입니다. 보편주의적 철학이 뭐냐면 이런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본 관점이었어요. (우리나라는) 가난하니까 먹을 것만 대주고, 도시락 날라주고, 또 뭐 아프다니까 순차적으로 가는 게 간호사들이고, 한 보따리씩 약을 갖다 주죠. 복지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정말 낭비적인 것이 많습니다. 독거노인들 집의 냉장고를 열어보면 일반 가정보다 더 많은 반찬이 놓여 있고 수북이 쌓여 있는 게 약 봉투죠. 이사 가려고 보니 뜯지도 않은 우산들이 왕창 나오고...
스웨덴이 노인의 이 세 가지 면에 접근을 하면서 그 당시에 경제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기초연금제도입니다. 여기서 가장 혜택을 받은 게 바로 여성들이었어요. 오늘날 스웨덴은 보장연금제를 들여오면서 기초연금제는 폐지시켰습니다. 그만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인구가 80%까지 가니까 이제는 기초연금의 의미가 없어진 거죠.

아까 이야기 드렸던 것이 반복되지만 여성운동계가 이 시기에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 가족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만들어서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있는 정책도 업그레이드시킬 것은 시키고, 없는 것은 보완시키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복지정책에서 해달라, 하는 것이고, 여기에 의료제도가 보완되는 겁니다. 출산휴가 문제도 단단히 다져야 합니다. 현행 출산휴가 3개월 가지곤 어렵습니다. 최소한 출산휴가는 6개월까진 가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모유를 6개월은 먹여야 합니다. 여기에 따라오는 것이 보육입니다. 무상보육 이야기 나오는데, 스웨덴 같은 경우 비용을 3분의2는 정부가 대고, 부모 재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부담하게 합니다. 부모에게 일부 부담시키는 이유는, 양육은 부모가 일차원적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가족정책을 내놓아야 출산율이 증가하기 시작할 겁니다.


정 교수=최근 한국에 와서 여성관련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선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을 나누더군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진보 진영의 여성운동이 주류화돼 여성운동가들이 정관계로 나가고, 여성운동에 식상한 사람들도 많이 생겼지요. 여성계 이슈가 다 똑같았으니까요. 얼마 전에 젊은 여성활동가들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여성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에 대해 대답해주고 같이 활동해줄 수 있는 여성운동이 없다고, 그래서 "언니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라고 묻더군요...이제 여성계가 새롭게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가족 형태가 다양해졌잖아요? 앞으로 동성 커플도 생길 거고, 비혼 가정도 생길 거고, 여성을 아우르는 범주가 커져야지, 여성에게 적합하고 타당한 정책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정책이 복지로 가면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젠더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입안되는 정책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무상급식 논의가 무성한데 여성주의자들이 똑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거든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읽어주기, 이런 것이 우리가 할 일이죠. 더 소리 내야 할 것 같고.
여성들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다시 여성운동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여성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이성애자나 비혼, 다문화 등을 아우르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또 전문가들이 양산돼서 급박한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해주고 연구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교수=우리 사회 제반 운동 흐름과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연대해야 합니다. 복지제도라는 것이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지, 원래 어떻다, 라고 규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성계가 양성평등한 복지가 어떤 것인지 선도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다른 복지운동 흐름과 연대의 끈을 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정책은 잘 모르지만 불편한 아이템일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그런 걸 이야기하는 순간, 가족에서의 여성 역할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라는 시각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가 뭐냐, 할 때 우리 사회의 본질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들이 많은 경우 일자리를 통해 본인의 욕구를 실현하고 가계를 보완하고 그런 의미를 가져야 돼서 일자리를 나가고 싶은 욕구도 굉장히 큽니다. 또 일자리를 나갔을 때 동등한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싶은 게 있는데, 일자리로 들어가는 것에 여성들의 최대의 걸림돌은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 체계가 너무 없고 가족에게 모든 부양 부담을 지우고, 그 부양 부담은 여성들에게 더 많이 가 있는 것입니다.
여성정책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서 풀어나간다면 가족정책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거부감이나 우려스러움을 갖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여성의 현실에서 복지국가까지 이어지는 여러 가지 근거를 고민하고 복지국가 모형으로 정립해서 대동단결해서 가봤으면 합니다.

신 이사장=가족하면 여성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동양적 개념 때문에 그러는데 이걸 깨야 합니다. 남성이 참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원 패밀리 가정이냐, 다가정이냐, 이거는 오늘날에는 대단히 무의미한 질문이죠. 유형의 변화에 대해선 인정을 하되 가족이란 것이 어쨌든 여성으로서 지탱해야 되는 너무 과중한 자녀교육이라든가, 자녀문제에서 생기기 때문에 가족정책이 중요한 겁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여기에 여러 가지 여성들의 유형이 나오거든요. 한부모 여성이 있는가 하면 다문화 가정의 여성이 있을 수 있고요. 그 다음에는 노후 문제도 있습니다. 기초연금뿐 아니라 유족연금 같은 것도 사실 다 포괄적으로 복지국가론에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런 것을 한 번쯤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에요.
여성운동의 핵심은 양성평등이죠. 가만히 보니까 지금 우리나라 복지국가론이 어마어마하게 돌아가는데 여성들이 안나타나요. 정치가들의 문제도 있어요. 실질적으로 복지단체건 복지문제 다루는 데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단체들이 여성의 의견 경청하는 것,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내가 소위 복지전문가이면서 실천가인데도 한 번도 그런 대화와 분위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난 굉장히 도전하고 싶은 거예요.
스웨덴은 철저하게 양성평등적 삶의 방식을 실천합니다. 그래서 여자애들에게 분홍색, 남자애들에게 파란색, 이런 표현 자체가 없어요. 시간이 걸려도 이런 방식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류화된 여성 지도자들도 남성들 속에 들어가면 기가 죽어요.
현실을 잘 파악해서 그것부터 타파해야 합니다. 그게 싸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늦더라도 천천히 밑바탕부터 하는 걸 여성계가 이제는 만들어보자, 그런 차원에서 가족정책을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겁니다.


박길자/ 여성신문 기자
1125호 [특집/기획]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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