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통한 빚잔치 끝났다".. 새 성장동력 '돈줄' 찾아야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안용성
입력 2021. 11. 07. 11:01수정 2021. 11. 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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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1000조..거시경제 새판짜야
팬데믹 위기 속 사상 첫 6번 추경
재원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충당
文정부 확장재정 기조 계속되면
8년 뒤 국가채무 2000조 가능성
"국가채무 한도 규정 재정준칙 시급"
정부는 탄소중립 성장동력 제시
일각 "기술 미비.. 현실적 어려움"
"고령화시대 맞는 제도 개선 불가피
수입과 지출 맞추는 균형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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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는 지출을 늘렸고, 중앙은행도 돈을 풀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양적완화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을 주문했다.
2년여에 걸친 이 같은 정책은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기를 맞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재정과 통화 정책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코로나19 위기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돈이 풀린 상태다. 정부 지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극복에 올인하다 보니 전시 수준으로 재정지출을 늘렸고 그 결과 국가채무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국 유동성과 재정지출 정상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는 기회가 아닌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 탄소중립·디지털 기술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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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극복 위해 확장적 재정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수많은 국가가 재정지출에 크게 의존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 정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말 108.6%에서 2020년 말에는 135.9%로 상승했다. 그만큼 국가별 정부 지출이 컸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2년 새 6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2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다. 필요한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했고, 추가 세수를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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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국가채무는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9월 기준 국가채무는 963조9000억원에 달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7.2%에 달한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36%에 불과했던 국가채무비율이 4년 만에 10% 이상 뛰었다. 내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계속될 경우 8년 뒤 국가채무가 2000조원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국가예산정책처가 펴낸 ‘2021∼2030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현상 유지’ 시나리오 결과 2029년 국가채무가 202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75.2%에 달한다. 예산정책처는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서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경제위기 때 경험한 높은 적자 수준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지출 통제와 세입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채무 상승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형 재정준칙 등 재정규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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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재정준칙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은 지난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 재정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지출 비중이 높아져 재정 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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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시작… 통화정책 정상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올해 안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다. 테이퍼링은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사전 단계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궁극적으로 정책금리 상승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서 “11월 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인상을 시사했다. 한은이 공개한 제20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10월12일 개최)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여기에 내년 1월 추가로 인상에 나서는 등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제어하고 빨라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비대면·디지털·탄소중립 핵심 변수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정·통화 정책의 정상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변수로 디지털 기술과 탄소중립을 꼽고 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달 29일 국제재정포럼에서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재정혁신의 기반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어 “디지털 기술과 탄소중립은 미래 경제와 사회를 위한 핵심 변수”라며 “이와 같은 변수들은 변화를 이끌어야 할 재정당국이 한층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대금기금을 신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학계에서는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구상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인구절벽’으로 4대 공적연금 지속 불가능”
“4대 공적연금 제도가 지속 불가능 상태에 이르렀다. 적립금 고갈 문제의 직접적 원인은 저출산·고령화인데, 당분간 인구구조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구 고령화 시기에도 제도가 지속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김용하(사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4대 공적연금의 국고지원을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위원, 한국경제연구학회장, 한국사회보장학회장 등을 역임한 연금 및 복지 정책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우리나라 4대 공적연금 제도는 심각한 재정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연금은 1977년쯤, 공무원연금은 2000년쯤 각각 적립기금이 고갈돼 매년 재정으로 메꾸고 있는데, 내년 기준 재정적자 보전액이 각각 3조원, 2조9000억원에 달하며 적자폭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은 아직은 적립기금이 증가하고 있지만 점점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각각 2049년, 2057년쯤이면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적립기금 고갈 문제는 과도한 ‘저부담·고급여’ 구조 때문인데,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지금 당장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은 낸 돈 대비 1.88배,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2배, 군인연금은 3배 정도를 돌려받게 돼 있다. 처음에는 연금수급자가 없어 적립기금이 쌓이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결국 적립기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해 민영보험은 ‘사업비’를 내야 하므로 실제 낸 돈보다 적게 돌려받는다. 그는 “국민연금의 경우 ‘2030세대’가 2050년, 2060년이면 수급 시기인데, 지금 제도로는 그때 적립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못 받을 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연금 등 사회보험료 비용 부담 변화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산물이자 세대 간 공정성 문제와 직결돼 있어 보험료 인상 자체를 마냥 늦출 수 없다”며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지금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결책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균형화’를 제시했다. 이미 적립금이 고갈된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국고 보전액을 줄일 수 있도록 부담·급여의 균형을 맞추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부담 수준을 높여 수지균형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 국민이 보기에 공무원연금 등이 국민연금보다 급여 수준이 높은데 낸 것에 비해 많이 받는 데다 수조원씩 국고 보전을 하니까 결국 일반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라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균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안용성, 우상규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