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대역→야탑역 '퀵' 보낼게요, 80세 할머니가 달려왔다
이승희 인턴 입력 2020.07.26. 07:00 댓글 4개
노인지하철택배 소셜벤처 두드림퀵 배달원이 물품을 수령하러 가고 있다/사진제공=이승희
"걸어 다닐 수만 있으면 계속하고 싶죠. 매일 기쁘고 설레요."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매일 1만5000보 넘게 걷는 일이 다반사지만 지하철택배원 연규자씨의 표정은 밝다. 1941년생인 연씨는 노인지하철택배 소셜 벤처 '두드림퀵' 소속 3개월차 배달원이다.
두드림퀵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 지하철을 타고 물품을 배송하는 퀵서비스다. 지역별 노인일자리 전담기관 시니어클럽과 연계해 운영된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대기 중인 두드림퀵 배달원에게 주문을 전달하면 시니어배달원의 일은 시작된다.
지난 21일 오전 8시50분. 서대문 시니어클럽에서 연씨를 만났다. 몇마디 나누다보니 이날의 첫 주문이 들어왔다. 이대역 근처에서 물품을 받아 성남 야탑역 인근 사무실까지 배달하는 일이다.
지도앱 어려워 종이에 경로 적어 이동…"빨리 배달하려면 쉴 시간도 없어요"
오전 9시30분쯤 시니어클럽이 있는 가좌역에서 지하철로 이대역으로 이동했다. 배달 물건을 받으러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스마트폰 지도앱을 보는데 익숙치 않다보니 연씨는 경로를 일일이 종이에 적어야만 했다.
이대역으로 나온 뒤에도 한참을 헤맸다. 결국 주민 5명에게 길을 물어 오전 10시30분 수령지에 도착했다. 수령지까지 오는 데만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연씨는 "지도앱을 잘 못봐서 종이에 큰 건물을 적어가 길을 찾는다"며 "행인들에게 길을 자주 묻고 부동산이나 가게에 들어가 물을 때도 많다"고 했다.
어르신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배달 물건 무게는 5㎏ 이하로 제한된다. 이날 건네받은 물건은 라면 박스 크기 정도의 액세서리 꾸러미다. 부피는 컸지만 무겁지는 않았다. 다만 비가 내리는 탓에 우산과 짐을 같이 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물품을 건네 받아 배송지인 야탑역까지 가는데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르신의 걸음걸이가 워낙 빨라 따라가는데도 숨이 찼다. 연씨는 미리 빠른 환승 칸을 확인해두고 곧바로 이동했다. 그는 "받은 물건을 빨리 가져다줘야 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 배송은 낮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배송을 마치고 서대문구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니 오후 2시가됐다. 2시간 남짓 집에서 대기하다 두 번째 주문을 받아 집을 나섰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 7시30분 집으로 귀가했다. 첫 배달을 나선 지 10시간30분이 지난 후였다.
연씨는 "정확하고 빠르게 배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며 "매일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설렘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루 수입 2만원 남짓…"매일 일하며 삶의 활기 찾는다"
노인지하철택배원은 업무 강도와 시간에 비해 수입이 높지 않다. 한 건당 평균 2~3시간이 소요되는데 건당 6000~7000원 정도를 받는다. 택배원들은 보통 오전과 오후 각각 1건씩 배달한다. 하루 평균 2만원 남짓한 수입이다.
서대문 시니어클럽에서 노인지하철택배원으로 일하는 어르신은 연씨를 포함해 2명이다. 3명이 추가로 교육을 받는 중이다. 시니어클럽은 하반기 추가 배달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강신혜 서대문 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택배배달을 하시면서 다른 세대를 만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삶의 활기를 찾아가시는 것이 일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훈 두드림퀵 매니저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수 있다는 효용감과 자신감"이라며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를 늘리고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희 인턴 shee123@mt.co.kr, 김주현 기자 naro@.